(장단스토리텔링) 토선생 찾아라

홈 > 국악놀이 > 장단놀이
장단놀이

(장단스토리텔링) 토선생 찾아라

토선생 찾아라


황경선 글, 김미은 그림

 

 

남해바다 용왕님이 병에 걸려, 자라가 토끼의 간을 구하러 용궁을 나섰겠다.

“가세, 가세, 어서 가세. 토끼 간 찾으러 어서 가세.”

 

열흘을 꼬박 헤엄쳐 땅에 도착했는데, 어딜 가야 토끼를 만날 수 있을지 막막하더라.
그 때 저 쪽에서 배는 불뚝, 다리는 짤따란 놈이 킁킁거리며 오는구나.

 

“두 귀는 쫑긋 꼬리는 짤룩! 네가 그 유명한 토끼구나?”
“꿀꿀 꿀꿀 꿀꿀 꿀꿀! 나는 나는 꿀꿀 돼지!”

 

몇날 며칠을 찾아 헤매다 입이 댓 발이나 나오고 엉덩이를 뒤뚱뒤뚱 흔들면서 걷는, 거참, 신기한 놈을 만났겠다.

 

“두 귀는 쫑긋 꼬리는 짤룩! 네가 그 유명한 토끼구나?”
“꽥꽥 꽥괘괘괙 꽥꽥 꽥꽥! 나는 나는 꽥꽥 오리!”

 

이리저리 헤매고 다녀도 도통 토끼를 만날 수가 없더라. 낙심하여 벌러덩 누워있는데, 이번에는 여러 가닥의 수염이 옆으로 뻗어있고 까만콩 눈알이 박힌 놈이 발발거리며 다가오는구나.

 

“두 귀 쫑긋 꼬리 짤룩, 네가 그 유명한 토끼구나?”
“찍찍찍 지지지지지지 지직찍! 나는 나는 찍찍 생쥐!”

 

한 달이 다 되도록 토끼를 만날 수가 없으니, 걱정이 태산이로다. 보름달 휘영청 뜬 밤 잠 못 들고 있는데, 저 밑에 옹달샘에서 홀짝홀짝 물 마시는 놈이 두 귀는 쫑긋 꼬리는 짤룩, 옳지, 토끼가 틀림없으렸다!

 

“혹시 토선생이오?”
“용궁에서 왔소?”
“어찌 아오?”
“내, 다 들었소. 용왕님 병에는 나 같은 놈은 약이 안 되오. 저길 보시오.”

토끼가 보름달을 가리키는데, 거기에 두 귀 는쫑긋, 꼬리는 짤룩한 토끼가 어릿어릿 보이겠다.

“절구질 하는 게 보이시오?”
“글쎄, 보이는 것도 같고 안 보이는 것도 같고…….”
“어허, 저 토선생이 원래 평범한 눈에는 안 보인다오. 쯧쯧, 보이지도 않으니 어찌 약을 구할꼬?”
“아, 아니오. 보이오. 잘 보이오.”
“저 토선생은 밤마다 온갖 약초를 찧어서 드신다오. 저 분의 간만 있다면 용왕님 병을 고치는 문제도 아니라오.”

 

자라는 용궁에서만 살아서 보름달은 처음 본지라, 하늘에 둥실 떠서 보일 듯 안 보일 듯, 절구질하는 토끼야말로 가히 신비하도다!

“어떻게 해야 저 분을 만나 뵐 수 있소?”
“저 산꼭대기로 올라가시오. 보름달이 산꼭대기 위로 올라오면 얼른 뛰시오. 평범한 눈에는 멀어보여도 실은 딱 한 뼘이라오. 절대 겁을 먹으면 안 되오.”
그리고 깡충깡충 가더라.

 

 

자라가 어기적어기적 산꼭대기에 오르는데 꼬박 한 달이 걸렸겠다. 산꼭대기에 올라보니 보름달이 둥실 떠 있구나. 에라, 모르겠다, 두 눈 질끈 감고 보름달을 향해 뛰었겠다!

 

자라가 구른다 데굴데굴 굴러!
데굴 데굴 데굴 데굴!
데굴데굴 데굴데굴 데굴데굴 굴러!

 

자라가 구른다 데구루루 굴러!
데구루루 데구루루 데구루루 데구루루!
데구루루데구루루 데구루루데구루루 데구루루데구루루 굴러!

 

자라가 부딪친다 꽈당꽈당 부딪쳐!
꽈당 꽈당 꽈당 꽈당!
꽈당꽈당 꽈당꽈당 꽈당꽈당 부딪쳐!

 

자라가 부딪친다 와당탕탕 부딪쳐!
와당탕탕 와당탕탕 와당탕탕 와당탕탕!
와당탕탕와당탕탕 와당탕탕와당탕탕 와당탕탕와당탕탕 부딪쳐!


구르고, 찧고, 까이고, 부딪쳐서 산 밑까지 굴러 떨어지고 말았더라. 다시 한 달이 꼬박 걸려 산꼭대기에 올라서 뛰고 굴러 떨어지고, 또 올라가서 뛰고 떨어지고, 뛰고 떨어지고…….

 

 

자라가 원래는 문어처럼 흐물흐물 한 놈이었는데, 이때부터 등이 무쇠처럼 딴딴해졌다 하더라.

0 Comments

CS Center


02.3473.1244
월-금 : 9:30 ~ 17:30
토/일/공휴일 휴무
런치타임 : 12:00 ~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