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스토리텔링) 인사왕 훈이
인사왕 훈이
노병갑 글, 김미은 그림
훈이 알지? 학교에서 알아주는, 장난꾸러기 왕이잖아.
학교에 도착하면 선생님이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 친구들이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 교실로 쌔앵 달려가서는 책을 사방에 늘어놓고 의자를 넘어뜨리고 준비물을 집어 던지고……,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기 일쑤야.
그러다가 한번은 자기가 던져 놓은 물건에 걸려 꽈당! 넘어지고 말았어.
“아~ 아~ 앙!”
훈이는 교실이 떠나갈 듯 울었어.
선생님이 훈이한테 뛰어왔어.
“훈아, 많이 아파? 조심해야지.”
“우~ 아~ 앙!”
큰 소리로 운 게 창피해서, 훈이는 더 큰소리로 울었어.
“아휴, 몸 좀 봐. 온통 흉터투성이구나. 안되겠다. 선생님이 몸이 안 다치는 마법을 가르쳐 줄게.”
“마법이요?”
“응. 인사 마법이야. 이 마법을 걸면 앞으로 안 다칠 거야. 어때, 한 번 해볼래?”
훈이가 선생님과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을 한 건 절대, 마법을 믿어서가 아니야. 인사 마법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그랬어.
다음날 아침, 훈이는 일어나자마자 자기 몸에 인사 마법을 걸었어.
“안녕! 안녕! 나의 눈아 안-녕!”
“안녕! 안녕! 나의 팔아 안-녕!”
“안녕! 안녕! 나의 배야 안-녕!”
“안녕! 안녕! 내 다리야 안-녕!”
왠지, 기분이 좋아졌어.
훈이는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어. 옆집 대문 사이로 강아지 한 마리가 빼꼼 보이네. 강아지에게 인사 마법을 슬쩍 걸어 봤어. 심심해서.
“안녕, 안녕 강아지야 안녕!”
“멍멍! 멍멍! 멍멍멍멍 멍멍!”
세상에, 강아지가 인사를 하네. 담장 위로 걸어가는 고양이에게도 얼른 인사 마법을 걸었어.
“안녕, 안녕, 고양이야 안녕!”
“야옹! 야옹! 야옹야옹 야옹!”
세상에, 고양이도 인사를 하네. 기분 탓일 거야. 진짜 인사를 할 리 없잖아. 그래도 왠지 기분이 좋았어.
훈이는 놀이터 연못에 오리한테도 마법을 걸었어.
“안녕, 안녕, 오리들아 안녕!”
“꽥꽥! 꽥꽥! 꽤괘괘괙 꽥꽥!”
학교에 도착한 훈이는 친구들한테도 슬쩍, 인사 마법을 걸었어.
“안녕! 안녕! 친구들아 안녕!”
“안녕! 안녕! 친구들아 안녕!”
인사 마법은 참 신기해. 마법을 걸면 걸수록 자꾸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래서, 장난꾸러기 왕 훈이는 인사 왕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