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스토리텔링) 호박 따 주소
호박 따주소
김혜린 글, 김미은 그림
옛날 옛날, 휘모리골이라는 마을이 있었어. 그 마을 사람들은 욕심 아주 많아. 글쎄, 밤이라도 한 톨 떨어져봐,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와서는 서로 자기 거라고 우기고, 물고 뜯고 싸우는 거야. 허구한 날 싸움만 해대니, 어찌 잘 살 수 있겠어? 만날 가난할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박씨성을 가진 떠거머리 총각이 밭으로 일을 하러 갔어. 그런데 밭 한가운데에 커다란 호박씨가 하나 떡하니 놓여있지 뭐야.
박씨는 그 걸 주워서는 큰 소리로 물었어.
“호박씨 주인이 누구요?”
“호박씨 주인이 누구요?”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네.
“거참 이상하다.”
그래 박씨는 커다란 호박씨를 밭에 심었지.
가을이 되서 절구통만한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어. 어찌나 많이 열렸던지 그걸 혼자 다 먹을 수 있어야 말이지! 그래 박씨는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모두다 나줘 줬지.
마을 사람들은 그 호박으로 죽을 끓였어. 또 전도 부쳤지. 어떤 사람은 나물도 해 먹었어.
“아니, 뭐가 이렇게 맛있는가?”
“누가 아니래나. 쌀밥에 고깃국보다도 백배는 낫구먼!”
겨울 내내 호박을 먹었어.
그런데 봄이 되니까 호박이 똑 떨어지네. 그래 어떻게 해, 그저 기다릴 수밖에! 마을사람들은 호박씨를 심는 사월 봄부터 호박이 익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
성질 급한 사람은 호박밭으로 가서 박씨한테 말했어.
“호박 따주소.”
박씨가 대답했지.
“씨를 뿌렸소.”
이제나 익으려나 저제나 익으려나, 마을사람들은 내내 물었어.
“호박 따주소.”
“싹이 나왔소.”
“호박 따주소.”
“꽃이 피었소.”
“호박 따주소.”
“열매 열렸소.”
마침내 호박이 쑥쑥 자라서 노랗게 익었어.
마을사람들이 또 찾아왔어.
“호박 따주소.”
그 때, 박씨가 소리쳤어.
“다 따가거라!”
마을사람들이 달려와 진짜 다 따갔어. 하나도 남김없이. 박씨 것도 하나 안 남기고 호박을 다 따 가버린 거야.
일을 마치고 박씨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을 어귀부터 수군수군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 대문을 열었는데, 아, 글쎄 그 좁고 좁은 마당에 마을사람들이 모두다 모여 있네. 커다란 호박을 한 덩이씩 안은 채 말이야!
“집에서 혼자 먹기 미안해서!”
“공짜로 먹으려니 미안해서!”
“자네가 못 먹을까봐 걱정돼서!”
사람들은 아까 따 간 호박을 내밀었어.
박씨가 말했지.
“우리 모두 모여 호박죽을 끓여먹을까요?”
“그래, 그게 좋겠네.”
“맞아. 호박죽이 좋겠어.”
마을사람들은 동네에서 제일 큰 무쇠솥을 가져와서 호박죽을 끓이기 시작했어.
호박잔치가 열린 거지.
“호 호 호박을 뚝 뚝 따다가
호박죽 만들자 호박죽 만들자.
썰어라 썰어라 썰어 썰어 썰어라
삶아라 삶아라 삶아 삶아 삶아라
끓여 끓여 끓여 끓여 끓여 끓여 끓여 끓여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보글
호박죽 완성!!”
마을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호박죽을 나눠 먹다보니 욕심이 스르르 사라졌어.
그 때부터 마을사람들은 서로 서로 도와가면서 열심히 농사를 지었어. 그리고 해마다 호박잔치를 열어서 호박죽을 나눠 먹었지. 당연히 부자마을이 되었겠지.
그뿐만이 아니야. 박씨네 호박을 먹어서 그런지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오래오래, 오순도순 잘 살았대.
박씨는 이백 살까지 살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