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스토리텔링) 누구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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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스토리텔링) 누구 똥?

누구 똥?


김혜린 글, 김미은 그림


 

그 얘기 알아?
12지신 이야기 말이야.
옥황상제가 섣달그믐날 온 세상 동물들을 모아놓고 말씀하셨어.

“정월 초하룻날 저 언덕 꼭대기에 도착한 순서대로 열두 해의 이름을 정하겠노라.”

 

날이 밝자마자 동물들의 불꽃 튀는 경주가 시작됐지.

호랑이가 제일 먼저 뛰쳐나갔어. 쏜살같이 달려서 언덕 밑에 도착했는데, 이일을 어째, 힘이 다 빠져버렸네.
언덕 밑 너럭바위에 벌러덩 널브러지고 말았지.

꾀 많은 토끼는 지름길을 택했어. 가파른 비탈길로 깡총깡총 뛰어갔어. 그런데 뒷다리에 쥐가 난 거야.
에휴, 중턱에서 주저앉고 말았지.

하지만 소는 달랐어. 뛰지도 않고 지름길을 택하지도 않았어. 한숨도 쉬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어.
그래서 언덕배기에 제일 먼저 도착했어.

세상에나, 그런데 소꼬리에 쥐가 몰래 타고 있었던 거야.
누가 일등이겠어?
그래, 쥐!
그다음이 소, 겨우 기운을 차리고 다시 달린 호랑이가 그다음, 그 뒤로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도착했던 거야. 그렇게 해서 열두 띠가 된 거잖아?

그런데 말이야, 사실은 쥐가 일등이 아니라네.
진짜는 고양이였다네.
고양이가 제일 앞장서 달려가다 꼭대기 바로 밑에서 똥 덩어리를 밟고 떼굴떼굴떼굴……,
언덕 밑에까지 굴러떨어졌다는 거야.


그래서 어찌 됐냐고?
생각해 봐. 고양이가 가만있겠어?
똥 싼 범인을 찾으려고 열두 동물을 다 불러 모았지.

“누가 똥을 쌌어?”
“아니야, 아니야, 내 똥 아냐!”
“소- 네가 쌌지?”
“내 똥은 소똥소똥!”
“말- 네가 쌌지?”
“내 똥은 말똥말똥”
“토끼 네가 쌌지?”
“내 똥은 토끼똥토끼똥!”

다들 자기가 아니라고 하니, 난감한 일이지.

 

그때 마침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며 지나가는 거야.

“쇠똥구리 너는 알지?”

쇠똥구리가 똥 덩어리 여기저기를 쿡쿡 찔러 보더니,딱 가리키며 소리쳤어.

“이 똥은…….”

다들 숨을 죽이고 쇠똥구리 입만 쳐다보고 있었지.

“쥐똥!”

“잡아라!”

어찌 된 거냐면, 전날 밤에 쥐가 온 동네 똥을 모아서 꼭대기 밑에다 뿌려 놓은 거야.
하지만 쇠똥구리를 속일 수는 없었지.
거기에는 쥐똥만 없었거든.

 

그때부터 쥐와 고양이의 추격전이 시작됐어.

쥐가 풀밭을 ‘샥샥’ 헤치고 도망갔어.
고양이가 풀밭을 ‘슉슉’ 헤치고 쫓아갔지.

“샥샤샥 샥샤샥 샥샤샥 샥샥!”

“슉슈슉 슉슈슉 슉슈슉 슉슉!”

 

쥐가 널빤지 다리 위로 ‘다다다다’ 도망갔어.

고양이가 ‘두두두두’ 쫓아갔지.

“닥다닥 닥다닥 닥다닥 닥닥! 닥다닥 닥다닥 닥다닥 닥닥!”

“두두두두 둑둑 두두두두 둑둑!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 둑둑!”

쥐가 쥐구멍 속으로 쏘~옥 들어가더니 얼굴만 내밀고 웃는 거야.

“찍찌직 찍찌직 찍찌직 찍찍! 찍찌직 찍찌직 찍찌직 찍찍!”

어째? 고양이는 쥐구멍만 쳐다보고 하릴없이 울 수밖에!

“야~ 아~ 옹!”

 

이래서 고양이와 쥐는 평생 쫓고 쫓기는 사이가 됐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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